주 하나님이 가라사대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이제도 있고 전에도 있었고 장차 올 자요 전능한 자라 하시더라

-요한계시록 1:8


─오너라.

지고천 연구소 사건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연구소 사건의 피험자이자 생존자들의 상태는 순조롭게 안정을 되찾아, 지금은 일반인과 다른 점을 찾아보려 해도 꽤 머리를 굴려야 한다. 물론 손가락 끝이 종이에 베이거나 발목을 삐었다거나 했을 때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회복된다는 점은 존재하지만 그 정도야 연구소에서 겪은 험악한 일에 비하면 귀여운 보상이다. 덕분에 쿠마자키 부녀의 집에는 바르는 상처연고가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오너라.

다시 4월이 가까워져 온다. 사건이 무사히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들은 그 무렵을 연상시키는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괜히 채팅방에 더 많은 글을 올렸다. 탈출을 기념하기에는 너무 많은 생명이 죽었다. 그날의 비극을 슬퍼하기에는 우리 모두가 훌륭히 살아남았다. 따라서 그들의 태도는 축하도 묵념도 아닌 애매한 자리에 위치했다. 사건 이틀 후가 이소이 레이지의 생일이라는 점은 그런 점에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지인의 생일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지는 명백했으니까.

─오너라.

그나저나, 아까부터 누가 이렇게 장엄한 목소리로 부르는 거지. 하루키는 한참 단잠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가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것과 비슷한 감각을 맛보며 귀를 기울였다. 눈은 아직 감겨있고, 코끝에 달리 와 닿는 후각은 없다. 다만 귓가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몸속까지 울려 퍼졌다. 아마,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아. 아니… 나는 아닌가. 하지만 나야. 사고는 순조롭게 미로를 헤맨다. 하루키는 깊은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눈꺼풀을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