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네째 생물의 음성을 들으니 가로되 오라 하기로

내가 보매 청황색 말이 나오는데 그 탄 자의 이름은 사망이니 음부가 그 뒤를 따르더라 저희가 땅 사분 일의 권세를 얻어 검과 흉년과 사망과 땅의 짐승으로써 죽이더라

-요한계시록 6:7-8


개기일식이 뭔지 알아?

맞아.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지. 하지만 그런 과학적인 답변 말고 좀 더 인간적인 관점에서 대답해봐. 개기일식은 뭘까? 태양빛이 한창 차올라야 할 한낮에 어두컴컴한 암흑이 찾아오는 것은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그래, 재앙이지.

여길 봐.

산불로 전부 불타올라 새까매진 산이 보여? 불쌍해라. 다시 무성해지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하지만 내 알 바는 아니지. 다음은 새빨개진 바다. 아하하, 진짜 웃기네. 빨간 물감을 바른 붓을 잔뜩 행군 물통 같아. 저래서야 물고기를 먹는다거나 조개를 기른다던가 하는 건 무리겠지? 그리고 저기에 처박혀 있는 게 인공위성 파편이야. 인간이 만든 고철덩어리인 주제에 별인 척 빛나다니 당연히 추락해야 마땅하지. 응? 덕분에 수원이 오염? 그러니까 그딴 거 알게 뭐냐고.

아~ 저기 엄청 몰려있는 바보들이 있네. 뭐라고 했더라? 「재림메시아숭배교」? 완전 촌스러. 게다가 하는 짓도 품위가 없네. 그냥 여기저기 몰려가서 소리 지르고 난동 부리는 게 전부잖아. 그래도 이렇게나 숫자가 많으니까 쉬이 밀리지는 않겠지. 지금도 여기저기서 감화되는 녀석들이 있는 모양이고. 그야 이렇게 세상이 엉망진창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사람이란 건 믿을 구석이 없으면 형편없이 휘둘리는 법이니까.

하늘을 봐. 태양이 점점 먹혀들어가는 게 보이지? 하지만 저건 달이 지구보다 앞선 위치에서 태양을 가렸기 때문이 아니야. 그 분께서 태양을 거두고자 하셨기에 거두어지고 있는 거지. 너희가 방금 그 분에게 빛나는 불꽃을 돌려드렸잖아? 그러므로 저 암흑은 이제 절대 걷히지 않을 거야. 이 은혜로운 그늘 아래에서 인간들은 서로 물어뜯고… 다투고… 절망하다… 멸망하는 거지.